[래빗GO] 여성의 날…할머니의 '빵과 장미'를 찾습니다

입력 2016-03-08 10:43   수정 2016-03-08 10:51

뉴스래빗 '세계 여성의 날' 특집 기획
홍대역 10분 거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젊음이 늙는 건 평범한 순환이지만..
전쟁은 할머니를 평범하지 않게 바꿨다"




세계 여성의 날. 매해 3월 8일, 전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기념일입니다. 여성의 날 제정에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1911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셔츠블라우스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였습니다. 당시 먼지 투성이인 의류 작업 환경은 제대로 숨 쉬기 힘들만큼 열악했고,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었습니다. 그해 3월 25일 화재로 500명의 노동자 중 146명의 여성이 작업장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공장주가 바깥에서 출입문을 잠궈버린 탓입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여성 운동이 점점 국제적 연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듬해 1912년, 여성노동 운동활동가인 로즈 슈나이더만(Rose Schneiderman)은 여성 노동 운동사에 길이 남을 연설을 남깁니다.

"노동자에게는 빵 뿐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 100년이 훌쩍 더 지난 지금 세계 여성의 날의 상징적 구호가 된 '빵과 장미'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단지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행복(장미)하고 싶어 일한다는 뜻입니다. 그 시절 꽃다운 청춘이었던 여성 운동가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거나,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됐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우리 곁에는 또 다른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이들 역시 상당수 세상을 떠났거나, 여생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바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입니다. '뉴스래빗'은 일제 강점하 위안부의 삶과 여성 인권 문제를 알리는 서울의 한 공간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우리네 여성들의 '빵과 장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트렌드와 청춘의 성지(聖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하루 15만 2000명여명의 인파가 넘실대는 이 곳에서 약 1km 떨어진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아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많은 삶, 그리고 지구촌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박물관 앞 회갈색 전벽돌로 쌓은 담벼락에는 노란색 나비 종이가 수없이 붙어 있습니다. 이 곳을 찾?시민들의 발자취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등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문구가 빼곡합니다. 노란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여성을 의미합니다. 폭력과 차별의 벽을 깨고 나아가자는 희망도 상징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상징하는 험난한 자갈길로 시작됩니다. 자갈길 양 옆에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이 서로 마주 서 있습니다. "젊은이가 늙는 것은 평범한 인생의 순환이지만, 전쟁과 위안소는 할머니들의 삶을 평범하지 않은 삶으로 바꾸었다"는 박물관 오디오 가이드가 가슴을 때립니다.

그 길을 따라 2층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과거 참상, 그리고 피해 할머니와 일반 시민들의 투쟁사가 전시된 곳입니다. 입에 담기도 힘들만큼 참혹했던 당시 위안소 상황을 묘사한 일본군의 일기장, 그리고 그 일본군이 보급품으로 받은 '돌격1호'라는 콘돔이 할머니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 아래 이미지를 누르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육성으로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상영되는 김준기 감독의 '소녀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고(故) 정서운 할머니의 소중한 증언을 각색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꽃다운 여성을 전장의 성적 노리개로 동원한 전쟁 범죄이자, 신체와 정신을 모두 짓밟힌 여성의 수난사임을 말합니다.



끝으로 이지영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교육홍보팀장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박물관 건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지어질 예정이었죠. 하지만 2009년 3월에 첫 삽을 뜨고도 공사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당시 광복회가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1만원 기부 릴레이 캠페인 등 시민 기부와 모금 활동으로 건립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침묵) 때로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2004년 박물관 건립 논의가 시작됐지만 건립까지 꼬박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와 여성 인권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인 여성의 인권 문제는 여전한 핏빛 상처로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위안부 소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을 보려는 인파가 극장가로 몰리고 있습니다. 홍대에 가실 일이 있다면 역에서 10분 거리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65세이상 1000원)에도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 그리고 여성 인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도 함께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

p.s 할머니들의 아픔을 노래한 '비화(悲花)'도 들어보세요. 육군 제 23보병사단 정훈공모참모 김남금 중령과 사단 소속 군악대원들이 작사, 작곡한 노래입니다.

'비화(悲花)'

해맑은 눈동자에 풋풋한 웃음 짓던
꿈 많던 열여섯 꽃다운 소녀야
채 피지도 못하고 짓이겨 버려진 너는 가녀린 위안부 소녀
여린 손목 전쟁터로 슬피 끌려가
아리따운 꽃망울은 무심하게 꺾어버려
사슴 같은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만 가득
선혈처럼 흘러 하염없이 가슴 적시네
아 그대는 채 피지도 못한 한송이 꽃 가녀린 위안부 소녀
아 그대는 채 피지도 못한 한 많은 꽃 슬픔 간직한 위안부 소녀

# '래빗GO'는 사건사고 · 시위 현장, 주목받는 장소, 전시 · 박람회, 신규 매장 등을 찾아 공간이 지닌 의미 및 특징을 보여드립니다. 뉴스래빗의 시각과 평가가 담긴 이미지, 영상을 통해 독자가 현장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뉴스래빗'은 한경닷컴 뉴스랩(Newslab)이 만드는 새로운 뉴스입니다. 토끼(래빗)처럼 독자를 향해 귀 쫑긋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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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 연구=김현진, 장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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